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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재난 영화의 새로운 공식, 웃음과 스릴

by 몽쉘군 2025. 7. 14.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숨 쉬는 도시 전체가 유독가스로 뒤덮인다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여기, 대학 시절의 잊혀진 열정이었던 클라이밍 기술 하나에 모든 생존의 희망을 거는 청춘들이 있습니다. 영화 '엑시트'는 조정석, 임윤아 주연의 신개념 재난 블록버스터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한의 긴장감과 배꼽 잡는 유쾌한 웃음을 절묘하게 버무려, 한국 재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엑시트 포스터

간단한 줄거리

대학교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며 가족들의 눈칫밥만 먹고 사는 청년 '용남'. 그는 어머니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연회장에서 대학 시절 산악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던 '의주'를 우연히 마주칩니다. 그녀는 이 연회장의 부점장으로 꿋꿋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죠. 어색하지만 반가웠던 재회의 순간도 잠시, 도심 전체는 정체불명의 유독가스로 뒤덮여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변합니다. 가스는 아래에서부터 빠르게 차오르고,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오직 대학 시절 익혔던 클라이밍 기술과 순발력에 의지해 더 높은 곳으로, 끊임없이 건물 외벽을 타고 탈출을 감행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입니다.






짠내 나는 청춘, 재난의 영웅이 되다

영화 '엑시트'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 설정에 있습니다. 주인공 '용남'(조정석 분)은 명문대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취업에 실패하며 자존감이 바닥난 인물입니다. 누나들에게는 구박덩어리, 철없는 조카에게조차 무시당하기 일쑤죠. 그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대학 시절의 추억이 담긴 철봉 운동과 클라이밍뿐입니다. '의주'(임윤아 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해 보이는 연회장의 부점장이지만, 실제로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고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고단한 직장인이죠. 이처럼 영화는 스펙 경쟁과 취업난, 고된 사회생활 등 오늘날 청춘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민을 캐릭터에 고스란히 녹여내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그렇기에 이들이 사회의 잣대로는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클라이밍 기술을 이용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단순한 생존기를 넘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자신만의 강점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생존의 무기가 되는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평범한 이들에게 '당신도 충분히 가치 있고, 당신만의 능력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클라이밍 액션으로 구현한 현실적인 재난 탈출기

이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도시 전체를 파괴하는 거대한 스케일 대신, 맨몸으로 도시의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독창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액션으로 승부합니다. 주인공들은 건물 외벽의 실외기, 간판, 밧줄, 심지어는 수많은 쓰레기봉투를 엮어 만든 임시 로프까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생존 도구로 활용합니다. 이러한 '생활 밀착형' 액션은 CG로 구현된 거대한 재난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공포와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특히 배우들이 와이어에 의지한 채 대부분의 고난도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는 점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옥상과 옥상 사이를 도약하고, 수십 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리는 장면에서는 주인공들이 느끼는 근육의 떨림과 거친 숨소리, 그리고 극한의 공포가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카메라는 이들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따라가며, 때로는 1인칭 시점을 활용하여 관객이 마치 직접 암벽을 타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생존을 향한 인간의 처절한 의지와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신파를 걷어낸 유쾌한 가족애와 사회 풍자

'엑시트'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한국형 재난 영화의 클리셰로 지적되던 과도한 감정과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 코드를 과감하게 덜어냈다는 점입니다. 물론 가족을 구하기 위한 절박함과 서로를 향한 애틋함은 영화의 중심 정서지만, 이를 눈물로 풀어내는 대신 재치와 유머로 승화시킵니다. 아들이 목숨을 걸고 건물을 오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어머, 용남이 TV 나왔다!"라며 신기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나, 온 동네 사람들이 옥상에 모여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구조 헬기에 신호를 보내는 장면 등은 폭소를 자아내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이러한 유쾌함은 재난이라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동시에 영화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풍자합니다. 재난 현장을 자극적으로 생중계하며 '좋아요'를 갈구하는 드론 유튜버의 모습은 현대 사회의 관음증과 미디어의 폐해를 꼬집습니다. 이러한 사회 풍자는 영화에 깊이를 더하며, '재난 상황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웃음과 스릴, 감동과 풍자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강하고 새로운 재난 영화를 탄생시켰습니다.



마무리

영화 '엑시트'는 재난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현실적인 캐릭터를 통해 청춘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창의적인 액션으로 심장을 졸이게 하며, 따뜻한 가족애로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합니다. 단순한 킬링타임용 영화를 넘어, 웃음과 희망의 메시지까지 담아낸 이 매력적인 탈출기를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면, 지금 바로 확인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