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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실화 바탕 두 천재, 연기 괴물들의 만남에 대한 모든 것

by 몽쉘군 2025. 7. 6.

조용한 바둑판 위, 세기의 대결을 담아낸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 바둑계의 두 전설,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요. 스승과 제자라는 특별한 인연으로 시작해, 결국 최고의 자리를 두고 다투는 라이벌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습니다. 단순한 바둑 영화를 넘어, 두 천재의 고뇌와 열정, 그리고 인간적인 면모까지 엿볼 수 있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승부 포스터

 

간단한 줄거리

세계 최고 바둑 대회에서 우승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조훈현(이병헌). 그는 우연히 어린 이창호(김강훈/유아인)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들여 '내제자'로 삼습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수년간 가르침을 주며 이창호는 무섭게 성장하고, 마침내 운명처럼 스승과 제자의 첫 공식 대국이 성사됩니다. 모두가 스승의 무난한 승리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제자의 충격적인 승리로 끝납니다. 이 대국을 기점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실존 인물, 두 거장의 이야기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실제 인물인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서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조훈현 9단은 '바둑 황제'라 불리며 세계를 제패한 인물로, 빠르고 공격적인 기풍과 화려한 쇼맨십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영화 속 이병헌은 이러한 조훈현 9단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함께, 제자의 성장에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인간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죠. 특히 패배 후 와인잔을 들고 고뇌하는 모습이나, 제자를 이기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는 장면들은 '승부사' 조훈현의 이면을 잘 보여줍니다. 반면 이창호 9단은 '돌부처'라는 별명처럼,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차분하고 신중한 바둑으로 정상에 오른 인물입니다. 조용하지만 내면에는 스승을 넘어서고자 하는 뜨거운 열망을 품고 있었죠. 유아인은 침묵 속에서도 눈빛과 미세한 표정 변화만으로 이창호의 복잡한 내면과 천재성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처럼 극과 극의 성격과 기풍을 가진 두 사람이 사제지간이자 라이벌로 겪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화면을 압도하는 연기 대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 이병헌과 유아인의 만남은 그 자체로 최고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병헌은 실제 조훈현 9단을 직접 만나 그의 말투, 습관, 심지어 바둑돌을 놓는 자세까지 연구하며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습니다. 조훈현 9단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부터 제자에게 추격당하며 느끼는 초조함과 질투, 그리고 다시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집념까지, 복합적인 감정선을 빈틈없이 연기하며 '역시 이병헌'이라는 찬사를 자아냅니다. 유아인 역시 이창호 9단으로 완벽하게 변신했습니다. 그는 대사가 많지 않은 캐릭터의 한계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며, 고요함 속에 담긴 폭풍 같은 에너지를 눈빛 연기 하나로 모두 표현해냅니다.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두 배우가 벌이는 팽팽한 신경전은 실제 대국을 보는 듯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게 만듭니다. 이들의 연기 호흡은 단순히 실존 인물을 흉내 내는 것을 넘어, 각자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영화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두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작품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

사실 이 영화는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촬영은 일찌감치 마쳤지만,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유아인 씨의 개인적인 논란으로 인해 개봉이 잠정 연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제작사와 배급사는 깊은 고심 끝에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선택했습니다. 이러한 우여곡절은 오히려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형주 감독과 제작진은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다루는 만큼, 고증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특히 조훈현 9단이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병헌을 위해 약 50벌에 달하는 의상을 준비하며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애썼습니다. 또한, 바둑을 잘 모르는 관객들도 영화를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바둑 용어나 대국 상황을 최대한 쉽게 풀어내면서도, 두 인물의 감정선에 집중하여 인간적인 드라마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처럼 스크린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됩니다.


마무리하며

이 작품은 단순히 흑돌과 백돌이 오가는 반상 위의 기록이 아닙니다. 스승과 제자, 그리고 라이벌이라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고뇌와 성장을 담은 깊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바둑을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최고의 자리를 향한 두 남자의 뜨거운 열정과 집념, 그리고 서로를 향한 복잡미묘한 감정에 깊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